인간극장 '대장장이 재선씨의 후계수업' 남원대장간 식도 변재선 우상제 변사도의집 변사또대장간 주문 택배

KBS1 인간극장

대장장이 재선씨의 후계수업

방영일 : 2024년 3월 11일~ 2024년 3월 15일

5798회, 5799회, 5800회, 5801회, 580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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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식도로 유명한 남원에는은퇴할 나이에도 여전히 대장간을 지키고 있는 63년 경력의 장인 대장장이 변재선 씨(80세)씨가 있습니다. 아내 최영애 씨(72세)가 이제 그만 쉬라고 말려도 아직 거뜬하다며 불 앞에서 쇠와 씨름합니다. 대장일을 해서 4남매를 키웠으니 편히 살 만도 한데, 재선 씨가 망치를 놓지 않는 이유는 사위 때문입니다. 

 

 

 

험하고 힘든 일을 자식들에겐 물려줄 생각이 없었지만, 5년 전에 사위 우상제 씨(50세)가 대를 잇겠다고 나섰습니다. 평생을 바쳐 일한 대장간이 막을 내리려니 아쉬웠던 참에 사위가 대를 잇겠다니, 고마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재선 씨의 대장장이 후계수업은 대장일은 스승을 도우며 일을 배우는 도제식 교육이라 힘쓰는 일은 처음 해보는 사위에게 일 가르쳤습니다. 배우는 속도가 더디고 일솜씨까지 어설퍼서 호통치기 일쑤입니다. 지켜보는 영애 씨는 사위 마음이 상할까 좌불안석입니다. 

 

 

 

장인과 사위라는 어려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재선 씨가 호랑이 같은 스승을 자처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불과 쇠를 다루는 일이라 힘들고 위험한 대장일은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배워야 사고의 위험도 적고 기술도 제대로 익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상제 씨도 장인의 뜻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불호령이 떨어지면 서운한 마음이 들고 의욕도 사라집니다. 

 

 

 

새벽 4시면 일어나서 아내가 9첩 반상으로 차려주는 아침밥을 먹고 대장간으로 직행하는 변재선 씨입니다. 불을 피우고 일할 준비를 끝내면 유일한 직원이자 후계자인 우상제 씨가 느지막이 출근합니다.

 

 

하지만 사돈댁의 귀한 외아들에 대학을 졸업하고 사무직과 서비스직 경험만 있는 사위가 고된 노동이 일상인 대장장이를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곱상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구도 마음에 걸렸다고 합니다. 

 

 

 

 

가난한 농부의 8남매 중 다섯째였던 재선 씨는 배를 곯지 않으려고 열일곱 살 때부터 친척의 대장간 일을 돕다가 기술을 익혀 대장장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장간을 차릴 형편이 안돼서 달군 쇠를 두드릴 때 받침으로 쓰는 쇳덩이인 모루와 망치, 불집게 등 연장을 지고 산골마을을 찾아다니다 보니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예뻐서 눈여겨보던 대장간 이웃집 딸, 영애 씨와 결혼하고 자그마한 대장간을 시작했는데,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남편 혼자 고생하는 게 안타까웠던 영애 씨는 고운 얼굴에 검정 숯을 묻혀가며 대장간 일을 도왔습니다. 

 

 

 

재선씨와 영애씨가 둘이 쉬지 않고 일해서 매주 호미만 1,500개씩 만들어 팔아도 손에 쥐는 돈이 적어 고생만 실컷 하다가 인생이 끝나는가 싶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재선 씨의 식도가 입소문을 얻으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쏟아졌습니다. 외국에서 온 손님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사는 남원의 명물이 됐습니다. 

 

 

 

값싼 중국산 칼이나 고가의 주방 명품 칼에 밀려 설자리가 좁아진 남원의 전통 식도는 수제품을 인정하는 분위기에 요리 열풍을 타고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63년 동안 대장장이로 한 우물만 판 재선 씨는 일반적인 쇠보다 강한 특수강을 다루는 기술로 일반적인 칼보다 잘 들고 수명도 긴 칼을 만들었습니다. 낡은 대장간에서 명품 칼을 만드는 공방으로 올라섰습니다. 

 

 

 

사위 우상제 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대장일을 배울 결심을 한 이유는 재선 씨가 평생을 걸고 지켜온 전통 방식이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장인의 기술을 잘 배워 기초를 다진 뒤 현대의 기술을 접목해서 한 단계 발전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상제 씨가 열심히 뒤따르니 재선 씨는 후계 수업에 속도를 내면서 슬슬 뒤로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라져 가는 낡은 것을 귀하게 여기면서 대를 이어 지키려는 재선 씨와 상제의 대장간의 후계 수업은 쉴 틈 없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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