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한국인의 밥상
말리면 맛있다 못 말리는 맛의 고수
728회 2025년 11월 13일 방영
누가 좀 말려줘요 -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전라남도 영광군 영광읍 법성포 칠산바다 바람이 스치는 덕장 앞에서 황금빛 조기들이 해풍에 천천히 마르고 있습니다. 김성진(65) 씨는 50년 넘게 굴비를 말려온 사람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염장한 조기를 줄에 꿰고 덕장에 거는 일은 혼자서는 도무지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굴비를 말리는 날이면 형제들이 하나둘 모여듭니다. 형 김종진(77), 김남진(67), 동생 김해진(62), 막내 김옥순(58) 씨까지, 백수(百壽)를 바라보는 이영임(98) 씨가 굴비를 엮어 키워낸 아들딸들이랍니다.

예전에는 볏짚으로 굴비를 엮어 걸었지만 요즘엔 위생을 위해 재료가 달라졌습니다. 손끝으로 매듭을 정리하고 바람의 방향과 건조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감각이 필요합니다. 줄줄이 엮인 굴비가 덕장에 걸리고 바람에 서서히 물기를 잃어 갈수록 맛과 향은 깊어진답니다.

98세의 노모는 사다리를 타고 항아리 속 보리굴비를 묻어두던 옛 시절을 추억합니다. “굴비 한 마리 팔아 자식 아홉을 키웠다”라는 말이 허풍이 아니었던 시절에는 겨울이면 굴비를 널고, 봄이면 보리와 함께 항아리에 켜켜이 채워 넣었습니다.

그 기억을 자식들은 지금도 몸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덜 짜고, 기름이 빠지고, 시간이 지나며 살이 단단해지는 굴비는 그냥 쪄서 먹는 보리굴비찜, 매콤하게 무친 고추장굴비, 뽀얀 국물이 우러나오는 건민어탕, 꾸덕꾸덕하게 말린 풀치를 양념해 졸인 풀치 조림이 됩니다. 굴비 한 마리엔 칠산바다의 바람, 볕, 소금, 그리고 9남매가 버텨온 가족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명인궁중수산
위치 주소 : 전남 영광군 영광읍 와룡로 478
전화 연락처 문의 : 0507-1427-2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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