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테마기행 차마고도 3부 남나산 죽통차 아이니족 부녀절 누족 노강 바나나꽃 죽통차 정경원

EBS1

세계테마기행

중국 차마고도

2025년 4월 21일~4월 24일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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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차에 담은 인생, 아이니족과 누족

 

 

중국 윈난성 남쪽에는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차 산지인 남나산(南糯山)이 있습니다. 이곳은 수령 500년이 넘는 차나무 12,000그루가 자라고 있는 고차수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약 1,700년 전, 제갈공명 장군이 남나산에 차나무를 심어 병사들의 눈병을 치료했다는 전설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인 아이니족은 봄이 되면 찻잎을 따기 위해 깊은 남나산으로 들어갑니다. 아름답고 구슬픈 노랫가락이 남나산을 울리는 이유는 바로 아이니족의 특별한 전통 때문입니다. 이들은 노래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남녀가 번갈아 노래를 부르며 찻잎을 채취하는 모습은 듣는 이의 귀를 즐겁게 합니다.

 

산속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온 아이니족은 산에서 구할 수 있는 대나무를 이용해 차를 끓입니다. 이들은 오래되고 큰 찻잎을 대나무에 끼워 불에 구운 뒤, 대나무 통에 넣고 끓여 마십니다. 이렇게 만든 ‘죽통차(竹筒茶)’는 대나무의 은은한 단 향과 차의 깊은 맛이 어우러져 감동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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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부녀절이 남나산에 찾아왔습니다. 마을의 여인들은 모두 나들이를 떠나고, 남성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준비합니다. 한국에서 온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아이니족 가족은 전통 음식을 정성껏 마련합니다. 달걀껍데기 속에 고기와 채소를 넣어 쪄낸 음식과, 최근 ‘슈퍼푸드’로 떠오르고 있는 바나나꽃을 활용한 요리도 준비합니다. 또한 직접 개발했다고 자랑하는, 튀긴 찻잎을 얹은 삼겹살 요리까지 선보입니다. 모든 요리에는 향긋한 찻잎이 곁들여져 깊은 풍미를 더합니다.

 

여기서 처음 공개되는 흥미로운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아이니족의 독특한 작명법입니다. 아이니족은 아버지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자녀 이름의 첫 글자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일종의 끝말잇기처럼 이름을 지으며, 이는 조상을 공경하는 의미가 담긴 전통입니다.

 

이 특별한 작명법에 감탄하고 있던 순간, 또 하나의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식사 자리에서 아이니족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식사 중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전통은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함께 노래를 즐기며 아이니족의 독특하면서도 흥겨운 전통에 깊이 빠져들게 됩니다. 

 

 

차마고도에도 지름길이 있었습니다. 윈난의 차를 티베트로 옮기던 가장 빠른 경로인 노강(怒江) 차마고도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길을 걷던 중 우연히 한 마리의 말을 발견하게 됩니다. 집수리에 사용할 돌을 가득 실은 채, 좁고 험한 길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말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현대판 마방과 말의 행렬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노강 차마고도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길 위의 이야기를 되새깁니다. 그러던 중, 낙석을 발견하고 순간 가슴이 철렁합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특히나 예기치 못한 위험에 직면했을 마방들의 고단함이 떠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그리고 가족을 위해 이 험난한 길을 오갔던 마방들의 지난날을 조심스레 그려봅니다.

 

 

노강 근처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에서, 구두에 가죽점퍼를 입고 찻잎을 따는 멋스러운 소수민족 한 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닭들에게 모이를 주고, 찻잎을 정리하며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계셨는데요, 그의 정체는 흔히 만나기 어렵다는 누족이었습니다.

‘차’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 있다고 한 누족의 차, 진하고 깊은 맛이 인상적인 라차를 맛보며 그들이 지닌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차는 판매하고, 만들다 남은 찻잎 부스러기를 듬뿍 넣어 끓여 마시는 차가 오히려 최고의 사치라고 합니다. 누족 차농부와 함께 나눈 소박하면서도 여유로운 차 한 잔, 그 속에서 삶의 여유와 지혜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https://meanto.tistory.com/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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