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할매요 학교가재이' 김천 노부부 이달호 전태연 증산초등학교 늦깎이 학생

KBS1 인간극장

할매요 학교가재이

방영일 : 2024년 7월 22일~ 2024년 7월 26일

5893회, 5894회, 5895회, 5896회, 589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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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 김천에 있는 증산 초등학교 아침 8시 50분이면 어김없이 교문 앞에 노란색 스쿨버스가 도착합니다. 이달호 (81세), 전태연(71세) 부는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시작됩니다. 수업에 늦지 않으려면 서둘러 밭일을 마치고 하교 갈 준비를 해야합니다. 농사와 학업을 병행하려니 저녁에는 숟가락만 놓으면 잠들기 일쑤 이고 즐겨보던 TV프로그램도 못 보게 되었지만 늦공부의 재미에 빠진 노부부는 요즘 신바람이 납니다.

 

 

 

환갑과 진갑이 지나고 칠순을 넘어서 어느덧 팔순이 된 이달호 전태연 부부는 오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내며 콩과 고추 감자, 그리고 오미자까지 농사지을 땅도 있어 이만하면 다들 잘 살았다고 하지만 이달호 할아버지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이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마을 이장부터 시의원에 이르기까지 감투도 여러번 써보고 여기저기서 감사패와 공로패는 숱하게 받아봤지만 남들 다 있는 학교 졸업장이 없는게 평생의 한이었습니다. 

 

 

 

 

이달호 할아버지는 어린시절 없는 집에 태어나 열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입에 풀칠하기도 급급했던 처지라서 초등학교 입학은 했지만 잠깐 다니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전태연 할머니도 마찬가지로 어려운 살림에 딸이라는 이유로 학교의 문턱조차 넘지 못해 완전히 까막눈 신세였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꿈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달호, 전태연 부부가 나란히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인근 마을 통틀어서 15명의 노인들이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해 배움을 향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습니다. 

 

 

 

증산초등학교 노란색 스쿨버스의 문이 열리자 내리는 이들은 책가방을 둘러멘 십여 명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입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교실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이름표 달린 교복 조끼를 챙겨 입고 혈압부터 잽니다. 여느 초등하교와는 다른 풍경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증산초등학교 전교생의 22명 가운데 15명은 평균 연령 79세의 노인들이 올봄 1학년 신입생으로 입학했습니다. 

 

 

 

청일점이자 학급회장을 맡고 있는 이달호 할아버지를 비롯해 전태연 할머니 부회장 박래순 할머니(74세) 최고령인 엄순영 할머니(89세) 등 개성도 사연도 모두 다릅니다. 학력에 맞춰서 입학한 8살 신입생은 지환이와 도현이 단 2명 뿐입니다. 그럴 때 나서는게 바로 증손자 뻘 동급생들입니다. 틈틈이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마을의 노인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된 것은 올해가 분교로 전환될 위기에 놓이면서 입니다. 80년대에는 전교생이 600명이 넘었던 증산초등학교지만 올해는 7명으로 줄었습니다. 주변에 초등학교들이 다 문을 닫고 지역에 유일하게 남은 초등학교 인데 이러다간 이 학교 마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지역 줌니들이 학교 살리기에 나섰습니다. 

 

 

마을 이장들이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배움에 목마른 노인들을 수소문했고 지원한 50여명의 노인들 중 15명에게 입학이 허가되었습니다. 증산초등학교에서도 증산면은 김천에서도 두메산골로 손꼽히는 곳이고 시내에서도 산넘고 물건너 차로 1시간 가까이 더 들어가야 있을 수 있는 곳입니다. 

 

 

 

오늘 배운 뺄셈은 자고나면 언제 배웠나 싶고 분명 읽을 수 있는 글자인데도 안 보고 쓰려면 가물가물해서 답답하지만 학구열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황혼의 끝자락에 기적처럼 찾아온 배움의 기회에 아침마다 가방을 메고 학교 가는 길이 더없이 행복하다는 초등학생 노부부의 늦깎이 학창시절 입니다. 

 

 

 

자식들의 연락처도 이름 대신 저장된 번호를 기억하며 살아왔던 전태연 할머니가 걱정되었던 이달호 할아버지는 천금같은 배움의 기회덕에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이제 유일한 걱정이라면 전태연 할머니의 녹내장이 자꾸만 진행되는 것 뿐입니다. 호미대신 연필을 들고 늘그막에 학교에 다니는 재미에 푹 빠진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가슴 아린 인생이야기였습니다. 

 

 

증산초등학교

위치 : 경신북도 김천시 증산면 증산1로 29

전화 연락처 : 054-437-0514

 

 

 

 

https://meanto.tistory.com/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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